2021. 9. 24. 17:34ㆍINFORMATION
배경
2021년, 신전이 무너지고 신앙은 사라지며 신의 이름마저 흐려지는 시대.
가장 지고한 곳에 앉아 인간을 내려다보던 신,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들이 숨어든 것은 바로 인간계입니다. 한때 지고한 하늘의 좌에서 인간을 내려다보기만 하던 신들은 결국 인간들 사이에 스며들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 역시 생존의 한 방법이라면서 말이에요. 한때 인간의 삶과 운명을 갖고 놀았던 신들이 생존을 논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군요.
벼락을 치거나 해일을 일으키는 등 기적의 힘은 잠시 숨겨둔 채로, 이 땅 곳곳에서 마치 인간처럼 살아가며 인간처럼 사랑합니다.
바로 지금 이곳, 화창한 햇살이 비추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말입니다.
신의 혈족, 데미갓 (Demi-God·半神)
현대까지 살아남은 신은 여전히 인간들을 사랑했고, 따라서 신의 사랑을 받은 이들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신의 아이를 잉태했고, 그럼으로써 신화를 이어갑니다. 바로 신의 반신, 데미갓을 통해서요. 과거로부터 신화의 한 페이지를 채웠던 그들은 여전히 신을 존재하게 합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데미갓이 포함하는 존재는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신의 직계 자손부터 세대를 거듭한 혈족까지, 당신의 몸에 흐르는 피가 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면 데미갓을 자칭할 수 있습니다.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아킬레우스! 한번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영웅들 역시 데미갓이었죠. 어때요, 자신의 피를 조금은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나요?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당신이 데미갓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설령 신의 권능이 볼품없어졌다 해도 말이에요. 이건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헤라클레스와 같은 신의 자손라 해도 현대의 당신이 헤라클레스와 같은 권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수명은 인간보다 조금 긴 정도예요. 100년을 살면 그럭저럭 오래 산 것이고 120년을 살면 정말 장수한 수준입니다. 그나마 좋은 점은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일까요? 그리고 노화가 늦게 온다거나, 아주 조금 운이 좋다거나, 그 정도입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어쩔 수 없는 수준의 축복이지만 어쨌든 데미갓이 고귀한 존재라는 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아, 한가지 덧붙이자면...신의 피를 이어받는 자 만이 신들의 음식을 먹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혹시나 당신의 축복을 다른 이에게도 안겨주려다 큰일나지 않게 주의하세요.
당신은 고귀한 신의 후손, 그 증거로 데미갓은 저마다 권능의 흔적을 갖고 있습니다. 그 권능을 제 능력으로 발휘해 직업삼았을 수도 있고, 본인이 원하지 않았지만 그 신화의 파편에 갇혀사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권능의 흔적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스킨십을 할 때마다 번개같이 짜릿한 정전기가 일어난다거나, 바다속에서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다거나 혹은 자기 연애는 망할지언정 주변 사람들의 사랑의 큐피드 노릇은 한다거나…. 이걸 권능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어쨌든 당신과 부모신의 연결고리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피에는 어떤 신이 잠들어 있나요?
다만 이 고귀한 존재들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상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며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하죠. 그러다보면 자신의 혈통과 취향까지 공유할 공동체나, 친구, 섹스파트너, 아무튼 비밀이랄 것 없이 잠깐 맘편하게 털어놓고 유흥을 즐길만한 공간이 필요해지기 마련이고요. 그리고 그런 데미갓에겐 특별한 초대장 하나가 전달될거에요. 고급 편지지에 깔끔하게 박힌 클럽 넥타르의 로고가 보입니다.
클럽 넥타르
클럽 넥타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회원제 게이바입니다. 술과 음식, 음악과 각종 향락을 즐길수 있는 고급클럽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핫한 게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곳이죠. 다만 입장조건부터가 까다롭다나요.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고 그 초대장도 특별히 엄선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더군요.
초대장을 받으셨나요? 그 말인즉슨 당신에게는 클럽 넥타르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설령 초대장을 받지 못했더라도 걱정 마세요. 입구에서 당신의 자격을 증명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자격이란 당연히 당신의 몸에 흐르는, 바로 그 고귀한 피입니다.
그렇습니다. 클럽 넥타르는 오로지 신의 피를 이어받은 데미갓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강처럼 흐르는 넥타르와 탐스러운 암브로시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과거로 치면 성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올림푸스에서만 즐길 수 있던 넥타르를 미대륙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게이바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참 좋은 세상이죠?
데미갓을 위한 모임이나 클럽은 세계 곳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이곳 샌프란시스코의 클럽 넥타르는 그리스 신화 데미갓 남성들의 육체적 만족과 은밀한 향락을 위한 고급 클럽입니다.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바가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레스토랑, 파티룸, 여흥을 위한 게임룸,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스페셜룸과 숙박을 위한 객실까지 준비되어있지요. 이정도면 보통의 게이바라기보단 호텔에 가깝겠어요. 한동안의 휴식기를 가지고 올 10월에 리모델링을 통해 한층 화려하게 재오픈했다고 하니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고귀한 존재가 쾌락을 탐하고 향락에 취하는 곳, 클럽 넥타르. 당신의 고귀한 피의 이름이, 당신을 숨겨줄 것입니다. 신의 이름 아래,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잔을 채웁시다.
클럽 넥타르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
신의 축복과 약속된 영광을 양손에 쥔 존재….여야 했으나, 이제는 그저 유명무실해진 데미갓.
그것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누구의 이름을 이어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직계인지 방계인지, 또 몇 세대를 거쳤는지, 그 역시 중요하지 않아요. 단 하나, 당신의 몸에 신의 피가 흐른다는 것만이 유의미합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신의 권능마저 이어 받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에 와서는 볼품없는 능력이라 해도 말이죠. 그것을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고, 혹은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건, 모든 능력은 부모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만은 같습니다. 일종의 이름표, 혹은 분류를 위한 라벨 같은 거죠. 물론 당신의 능력이 개화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부끄러워 마세요. 신의 권능에 눈을 뜨는 시기는 누구나 다릅니다. 영웅시의 주인공들도 그렇잖아요? 운명의 순간이 오면 당신 역시 권능의 흔적이나마 갖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건 원치 않건, 상관 없이 말이에요.
또한 자신의 피가 특별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알게 됐을 겁니다. 부모신으로부터 직접 들었을 수도 있고 다른 데미갓을 만나 전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운명의 순간, 제우스의 벼락을 맞은 듯 능력과 함께 깨달았을 수도 있죠. 어쩌면 클럽 넥타르에 당도할 때까지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곳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사실 클럽 넥타르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운명의 여신이 안배해 놓은 것이니, 당신은 그저 운명에 따른 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 여로는 제각기 달랐을 거에요. 초대장을 받았을 수도 있고, 다른 이의 손에 이끌려왔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우연히 거리를 헤매고 헤매다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이곳에 당도했을 수도 있죠.
클럽 넥타르를 찾은 이유 역시 다양할 겁니다. 그저 호기심이 동했을 수도 있고, 하룻밤 정신을 잃을 정도의 쾌락을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리스식으로 말하자면, 운명이니까요!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운명의 여신이 돌리는 수레바퀴 아래서 이뤄집니다. 하지만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역시, 여러분에게 허락된 자유입니다.
마음껏 아이갸의 실을 자아내세요. 당신만의 서사시를 적어보세요.
당신이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신의 인도가 아니겠어요. 운명을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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